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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구두 유감

2011.06.07 16:06 | Posted by shoemaster

브라운 구두 유감.

브라운 구두가 아름답다 하여 블랙 구두의 진미를 놓치지 말지어다.

브라운 구두의 득세는 실로 반갑기 그지 없다. 우리나라의 남성복 역사 상 브라운 구두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겁던 적이 있었을까. 최근 몇 년간의  클래식한 브랜드와 스타일에 대한 재조명과 유행 덕택에,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남성들이 용감하게 브라운 구두를 신기 시작했고, 바짓단 아래 검정 일색이던 남자들의 발은 밝은 갈색에서 짙은 갈색까지, 브라운으로 물들여지고 있다. 분명 남자들이 다채로운 브라운색의 구두를 신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브라운 구두를 신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탈이었던 시기가 언제였냐는 듯, 모든 상황에 모든 수트에 모든 옷차림에 브라운을 가장 첫번째 옵션으로 생각하는 시기가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언젠가 영국에서 온 한 구두 브랜드의 관계자에게 누가 물었다. “한국 남성들은 아직 브라운 구두를 신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블랙 구두 일색이에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그 관계자 왈, “영국 남자들도 대부분 블랙 구두를 신어요. 가장 포멀한 컬러니까요. 영국에서도 비즈니스맨들의 대부분은 블랙을 신는 답니다.”

물론 이 분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너무나 솔직한 답을 한 것이리라. 하지만, 남성복이 그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규범을 따라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블랙이 우선이다. 멋내기를 위해서라면, 브라운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브라운 일색도 재미없다. 블랙 구두가 가지는 아름다움을 내던지고 브라운만 고집하는 것은 절름발이같은 멋내기다.

흔히, 브라운 구두가 가죽 본연의 색을 잘 표현하는 색이고, 가죽의 질을 잘 드러내주고, 블랙구두는 가죽의 질을 까만색으로 덮어버릴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질좋은 블랙 구두의 저 깊은 바닥에서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오묘한 광택의 아름다움은 신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은 색과는 무관하다. “이라는 것은 색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브라운 구두를 매치시킬 수 있게 되었다면, 그 다음엔 일부러블랙 구두를 신어 보는 것도 좋다. 여전히 구두 색깔만 동동 떠다니게 보이도록 신는 정도의 감각이 아니라면, 브라운 구두를 매치시키면서 상당한 컬러 매치를 고민해 보았을 터. 브라운 구두로 풍부한 맛을 내보았다면, 블랙 구두로는 절제하는 멋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블랙구두를 신으며 느껴지는 스토익(stoic)한 멋도 만만치 않다.

빳빳하게 다린 화이트 셔츠에 진한 챠콜 그레이 수트를 입고, 타이는 묵묵하지만 매듭이 잘지어지는 다크 네이비, 예산이 허락하는 한 최고로 좋은 블랙 구두를 신고 멋지게 걷는다. 온 세상 사람들이 브라운 구두를 신은 옆친구를 멋지다 할지라도. 이게 더 깊은 남자의 멋이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할지라도. “어머, 구두가 멋지시네요.”라고 말을 거는 여성이 있다면 그녀는 분명 뭔가를 아는 여성이다. 실현 확율이 제로에 가까울지라도. 

 

* 본 컬럼은 루엘(Luel)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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